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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책 Books

현대물 로맨스소설 :: 우지혜 운명은 말한다

by 榮華 2019.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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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에게 차였어도 슬퍼할 새 없었던 '정연'과 속내를 알 수 없는 숙맥직진남 '한주'의 사내 연애 이야기


 

Character


 

♂ 송한주(34세)

 

유학파 출신으로 해외 영업팀을 거쳐 고작 서른셋의 나이에 무려 기획팀 팀장 자리를 꿰찼다. 배우 뺨치게 군더더기 없이 날렵하게 생긴 이모구비의 소유자로 배우 옆에 세워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 비주얼이다. 별거 아닌 말을 별거처럼 들리게 하는 능력을 가진 송한주. 회사 내에서는 로열패밀리라는 소문이 그를 따라다닌다. 하지만 그에겐 남다른 의무가 있었는데, 바로 서른 다섯살이 넘기기 전에 결혼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명이 반으로 준다는 한 스님의 말에 자신보다도 어머니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며느리감을 찾아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어머니의 성화에 시달리고 있던 그 때 자신의 부하직원인 정연의 이별 소식을 듣게 된다. 그런 그는 그녀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게 된다.  

 

"여로모로 서정연씨가 적당합니다."

 

 

서정연

 

무표정일 때의 인상은 약간 예민해 보이지만 웃으면 금방 주변까지 환해지게 만든다. 건설회사 기획팀 직원으로 상대방이 요구하리라 생각도 못한 자료들마저 메일에 백업하여 대비하는 일처리에 있어 철저한 그녀다. 눈치가 빠르고 일을 잘하는 능력자로 일복이 터진(?) 그녀는 밤낮 가리지 않고 회사의 업무에 시달려야 했고, 결국 남자친구의 바람으로 이별까지 통보받는다. 이별 후 회사 회식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별상황을 전했는데, 난데없이 직장상사 한주에게 새로운 제안을 받는다. 다름 아닌 계약연애를 하자니. 거절하려 했으나 타지역으로 차출될 수도 있다는 협박 아닌 협박에 반강제적으로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지,지금 저 협박하시는 거예요?"

 

 

 

Quote


 

한주 | 남자한테 다른 여자가 생겨서 헤어졌는데도 새로운 연애를 운운하는 거 보면, 그래도 남자를 믿어 보겠다는 뜻입니까?

 

(중략)

 

정연 | 어, 글쎄요. 그건 뭐 당장 하겠다는게 아니라. 그래도 한 10년 안에 한 번은 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중략)

 

한주 | 연애를 할 의지는 있다는 뜻이군요

정연 | 네. 뭐 그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지만요

한주 | 달리 마음에 둔 남자 있습니까?

정연 | 네? 아니요. 이제 막 헤어졌는데..

한주 | 애인이 한눈팔 때 서 대리는 다른 데 안 보고 뭐 했어요?

 

 


 

한주 | 올라갈까

정연 | 나 부산 관광 좀.. 점심도 진짜 조금밖에 못 먹어서 배고프다고요.

한주 | 전부터 생각했는데

 

덩달아 눈썹을 치켜세운 한주는 다소 퉁명스럽게 물었다.

 

한주 | 내가 공복을 못 이길 만큼 매력이 없나

 

 

Review


로맨스 소설 좋아하는 분들 중 이 분 소설을 안 읽어 본 사람이 있을까? 수많은 리뷰와 구독자를 보유하고 계신 우지혜 작가의 소설 <운명은 말한다>는 내가 처음으로 읽은 작가님의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고 작가의 섬세한 필체에 한번 놀라고,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영상미에 두 번 놀랐다. 완독을 하자마자 작가님 블로그 이웃추가하고, 다른 작품들도 정주행하기 시작했다. 현대물보다는 시대극을 선호했던 나에게 현대물의 진가를 알게 해주신 작가님이라고 할 수 있다. 비교적 이 작품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무난했다는 평이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센스있는 대사들로 현대물의 재미를 알게해준 작품이기 때문에 특별한 작품이 될 것 같다.

 

내용은 비교적 심플하다. 목숨이 걸린 저주 때문에 어머니의 등쌀에 관심도 없는 결혼을 하게 생긴 건설회사 기획팀 팀장'한주'는 어느 날부터 자신의 부하직원인 '정연'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눈만 그녀를 쫓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목소리마저 귀에 쏙쏙 들어박혀 어떨결에 남자친구와 통화하는 것까지 듣게된다. 알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사생활까지 알게 된 그는 오히려 그녀에 대한 호기심이 나날이 급증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회식자리에서 정연의 이별소식을 들은 한주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 기회를 잡아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비록 그 방법이 협박일지라도. 한편 정연은 이별의 아픔도 느낄 세 없이 회사 업무에 치여 살다 난데없는 한주의 계약연애 제안을 받게되는데, 부모님의 강제성으로 인해 약혼을 앞두고 있으니 부모님이 포기하실 때까지 위장연애를 하자는 그의 제안. 거절하려 했으나 타지역 차출을 언급하는 협박에 반강제적으로 그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계약연애, 그런데 정연의 입장에선 수상한게 한두개가 아니다. 도대체 왜 나를? 아니 근데 굳이 부모님이 보지 않는 평소에도 연인인척을 해야 한단 말인가? 진짜 로열패밀리인가? 여러 의문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속을 알 수 없는 한주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자꾸만 낯선 얼굴을 하며 다가온다. 정녕 지금까지 회사내에서 봤던 한주가 맞는 것인가. 숱한 군사들 위에 군림하는 제왕처럼 냉철한 모습은 도대체 어디 간 것인지. 무엇보다 훅훅 들어오는 멘트는 정연의 마음을 흔든다. 연기라는 걸 알고 있지만 헷갈리기 시작하는 정연. 한편 한주는 어떻게 해야 그녀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 전전긍긍해 한다. 그녀가 마음을 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그런데 자꾸 정연 곁을 맴도는 정연의 입사동기 '조웅'의 등장에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질투를 하기도 한다. 중반부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둘은 그동안의 감춰져 있던 감정에 대해 보상이라도 받듯 활활 불타오르는 연애를 하게 된다. 연애를 하며 한주의 누나인 '한경'과의 만남, 예비 약혼자였던 '나림'도 있었지만 큰 어려움 없이 사랑을 이어간다. 

 

책을 읽는 동안 무심하면서도 세심한 '한주'의 모습에 피식 실소를 머금고 말았다. 속으로는 '대체 여자는 어떻게 꼬시는 거야' 하며 안달나는 모양이 꽤나 쾌감을 선사해 주었다. 파워당당한 '정연'의 캐릭터도 무척이나 좋았다. 끌려가지 않고 오히려 한주를 쥐었다 폈다 하는 그녀의 매력이 좋았다. 정연을 좋아했던 '조웅'이 안타깝기도 했다. 자신의 맘조차 고백도 못하고 끝나버리는 서브남의 역할이란. 두 주인공들에게 큰 걸림돌이 없어서인지 긴장감이 많지는 않았다. '나림'의 등장에 살짝 걱정하기는 했지만, 무사히 잘 넘어갔다. 어쩌면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지 않을까 싶다. 위기 없는 무난함.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장치를 넣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큰 위기 없이 서로 사랑하고 불타오르는 연애물도 가볍게 읽기에 좋은 것 같다. 첫 사내연애 로맨스였는데 만족스러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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